◆작은 힘이나마 십 년 남짓 무너져 가는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 농촌과 도시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을 만나야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으니,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더 소중한 일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 농업을 무너뜨렸다. 너도나도 편하게 살겠다고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도시로 몰려나왔다. 그 길이 ‘사람의 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부 정책에 떠밀려 수천 년 우리 겨레를 살려온 농촌을 버렸다. 사람을 살리는 흙을 버리고 사람과 자연을 괴롭히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가득 찬 도시로 몰려나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경쟁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서로 눈치를 살피고 서로 속이고 헐뜯으며 살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봄날이다. 세상이 메마를수록 촛불 한 자루 켜는 마음으로 절망보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나고 돌아서면 금세 그리워지는 사람을 만나 ‘사람의 길’을 찾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을 만났다. “요즘 우리 농산물도 비싸고 거기다 친환경 농산물은 더 비싸니 어찌 사먹겠냐? 부자들이나 사먹지. 값이 비싸 가격경쟁이 안 되니 수입 농산물이 판을 치지.” 나는 그 친구가 집도 없고 먹고살기도 어려운 친구였다면 미안한 마음으로 가만히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친구는 안정된 직장에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고 있다. 더구나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한마디했다.
“우리 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은 비싼 게 아니라 정당한 값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냐? 그리고 땅덩어리 넓고 조건이 좋은 외국과 가격 경쟁이 안 되면 논이고 밭이고 모두 버려야 네 속이 시원하겠냐? 벌레도 싫어하는 농약과 방부제투성이인 수입농산물을 언제까지 얻어먹고 살 것이며, 앞으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가능하다면 건강한 우리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자. 지출을 줄일 곳은 우리 식구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음식이 아니라 자동차·컴퓨터·휴대전화·외식 따위가 아닐까? 그리고 생활이 넉넉한 사람들은 우리 농산물을 정말 가난한 사람들한테 조건 없이 선물로 드리면 어떨까? 그들도 건강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서정홍(농부시인 · 마산교구 삼가공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