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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3일 야곱의 우물-요한 21, 1-14 묵상/ 밥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13 조회수608 추천수1 반대(0) 신고

밥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다시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는데, 이렇게 드러내셨다.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그리고 그분의 다른 두 제자가 함께 있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말하자,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시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못 잡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다른 제자들은 그 작은 배로 고기가 든 그물을 끌고 왔다. 그들은 뭍에서 백 미터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다.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누구십니까?” 하고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요한 21,1­-14)

◆“야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농사지을 생각을 다 하냐? 사기를 쳐서 살거나 빌어먹더라도 도시가 낫지. 도시는 발 지압하는 공원도 군데군데 있지, 싸게 파는 대형 마트들도 가까이 있지. 도서관이나 여러 문화시설도 많아. 그리고 말이야, 복지관이나 종교단체에 가면 밥 공짜로 주지, 아프면 병원 가까워 좋지. 농촌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둔 선배가 한 말이다. 깊고도 작은 산골마을에서 농사짓는 나를 가엾은 눈으로 바라보며 선배는 자꾸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앞집 뒷집에 누가 사는지 몰라도 되고, 아파트에 20년 동안 살면서 앞집 사람과 밥 한 그릇 나누어 먹지 않아도 마음 편해. 차라리 모르는 게 서로 편해. 서로 간섭 안 해서 좋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고 물어봐. 도시 사람 가운데 자네처럼 땀 흘리며 농사지을 사람이 있는지? 아무도 없을 거야. 돈 벌어 놓은 게 많은 사람이야 농촌에 들어가서 그 돈으로 전원생활이나 꿈꾸지.”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말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불쌍한 바보’ 취급을 받는 이 나라, 이 땅에서 농사짓는 농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더구나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생명농업’(유기농업·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가난한 농부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즐길 수 있고 무엇이든지 사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이게 아니다, 이게 아니다.’ 싶다. 생명이 깃든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싶으면 누구든지 ‘내가 이 밥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먼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예수께서 “와서 아침을 먹어라.”고 하면 “예.” 하고 떳떳하게 달려갈 수 있도록.

서정홍(농부시인 · 마산교구 삼가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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