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봄비>
하늘에서 뿌리는 봄비는
만개한 꽃잎이 혹여
떨어질까 아쉬워하며
조심조심 느리게 내린다
꽃술마다 가득한 사랑
화분을 날라다가
황무지로 변한 온 땅위에
골고루 분무개질 한다
겨우내 아웅다웅 부대낀 마음
회색 진애를 매질하지 않고
검은 대지에 섞여 들라
위로하며 함께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