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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든 피조물에게.....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14 조회수412 추천수6 반대(0) 신고




 
복음: 마르 16,9-15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이 구절에 오늘은 마음이 딱 멈췄다. 아마도 아침에 읽은 책의 한 대목이 생각나서일 것이다. “신학은 인간학이다.” 라는 정재현님의 책. 철학으로 신학을 이해해보고, 신학으로 철학을 비추어보는 책이다. 오늘 내가 읽은 부분은, 고중세에서 근세로 넘어오면서 일어난 자연관의 차이가 신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고찰하는 내용이었다. 자연 즉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 대한 이해는 고대와 중세에는 자연을 정신과 물질의 미분적 일체로 여겼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고대 신화에서 자주 들었던 정령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말하자면 자연은 영혼과 정신이 있는 인격적이고 유기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초기 사상이 고대는 물론 중세 전체에도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근세에 들어오면서 과학의 발달로 자연에 대한 이해 역시 급격히 달라졌다. 자연은 이제 관찰과 실험을 주로 하는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면서 물질에서 그 영혼과 정신이 분리되게 되었다. 왜냐하면 만일 영혼과 정신을 지닌 자연을 인정한다면, 그것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관찰하고 실험하는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적 탐구를 명분으로 자연에서 정신이 제거되고 그렇게 “죽은 자연”은 한갓 물질로 취급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렇게 근세로 넘어오면서 변화한 자연관은 자연에 대한 무한한 탐구뿐 만이 아니라, 초자연적 신화까지도 제거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의 신관에 현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근세의 이성과 과학을 중시하는 합리주의 진영에서는 우주의 이법적(理法的) 원리로서의 신을 설정하는 이신론(理神論)이 제기되었고, 한편 반대쪽 신비주의 진영에서는 여전히 자연의 생명성에 대한 신비적 강조를 통해 신의 임재적 현현으로서의 자연을 그려내는 범신론(汎神論)이 나타났다. 이런 철학적 움직임들에 의해 교회와 신학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자연에 대한 고전적 이해를 토대로 자연의 창조적 아름다움에 대해 아직도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영혼이 깃들어 있는 자연인 우주를 보며 창조자인 신의 솜씨와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따라서 자연과 은총의 균형적 조화를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개신교회에서는 인간과 교회가 속한 자연은 통째로 타락했다고 여겨 이제 자연은 영혼이 없는 물질로 간주되어도 무방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런 자연 안에서는 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하는 입장으로 갈라져 나갔다. 이 책에서는 자연에 관한 관점의 변화가 근세신학에 준 영향을 여기에서 일단 맺고 있다. 그 이후의 자연관에 대한 가톨릭과 개신교, 양측의 이해가 어떻게 더 진행하였는지는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은 상태라 나도 무어라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생태학적으로 환경학적으로 위기의식이 팽배해져가고 있는 오늘날에 와서, 자연에 정신이나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그런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자연을 더 이상 인위적인 실험대상이나 이용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신학계나 과학계나, 개신교회나 가톨릭교회나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모든 피조물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오늘 복음의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피조물인 자연, 우리 인간의 오랜 동반자요, 협력자인 자연에게도 복음을 선포하라는 말씀은 도대체 무슨 말씀인가? 지상에서 하느님 대신 자연을 관리하라고 위탁하신, 하느님의 대리자로서의 인간의 임무를 촉구하는 말씀이 아닌가? 그동안 자연의 주인인양 제멋대로 정복, 착취, 이용, 파괴하던 행각을 멈추고, 동반자로서의 겸손한 마음으로 보호, 육성, 번영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이 아닌가?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 메시지가 우리 인간에게만이 아니라 온 우주 만물에게 있어서도 정말 복음이 되도록 바로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가장 큰 의무가 있다는 말씀이 아닌가?
 
 
 
사진은 인천교구 십정동, 도미니코 형제님(빈들의 다이아몬드님)의 것이고
음악은 황미숙 소피아님이 올려놓으신 것을 슬쩍~ 집어왔음 ^^* 
쇼팽, 로시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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