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을 한다는 어느 여성 단체 초청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때 참석한 분들한테 물었다. “부모가 소중합니까? 부모 재산이 소중합니까? 남편이 소중합니까? 남편 직업이 소중합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한 다음 스스로 자신한테 물어보십시오.”
참석한 분들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니 쉽게 대답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다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에 있는 모든 돈과 여러분의 자녀와 바꾸자고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아니면 남편과 바꾸자고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때서야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다. “자식이야 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돈과 바꿀 수 없지만 남편이야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소리내어 웃었다. ‘바보처럼’ 나도 함께 웃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여러분이 만일 혼인을 앞둔 처녀라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총각한테 시집을 갈 수 있겠습니까? 혹시 나는 아무리 가난한 농촌 총각이라도 마음만 착하고 성실하면 시집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 보시겠습니까?”
이백 명 넘는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웃지 못했다. 웃을 수가 없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들었더라면 나는 뛰어가서 그분 손을 잡았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날이 갈수록 사람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슬픈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좇아서 살아왔는지, 결국 돈을 좇아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돈만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고, 직장에 다니고, 혼인을 하고, 집을 사고팔고,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물어보라.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서정홍(농부시인 · 마산교구 삼가공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