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이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강좌를 여는 날, 가톨릭농민회 식구(직원) 회의를 하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10년, 20년 전만 해도 따라 살고 싶은 분이 어디에서 강좌를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하루하루 그날을 기다리며 마음이 설레였습니다. 그곳이 멀리 부산이나 대전이라 해도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갔지요. 선후배나 동무들 가운데 누가 어디에서 강좌를 연다는 소식을 먼저 들은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어 함께 갔어요.
우리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사람의 길’인지 아닌지 되돌아보고 희망을 찾기 위해서 간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다 똑똑해서 그런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온다 해도 눈도 꿈쩍 안 합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사느라 피곤한 줄은 알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사람은 남편이나 아내를 모시고, 가까이 사는 선후배나 동무들한테 알려서 ‘생명의 말씀’을 함께 들으면 고맙겠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특별한 일이 없어 농민회 식구들 모두 강좌를 듣기 위해 하루 일을 바쁘게 끝냈다. 저녁을 먹고 강좌 장소에 들어서니 딱 일곱 시였다. 낯익은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둘러보니 강당 뒤쪽에는 건강한 우리 농산물이 쟁반마다 가득 담겨 있었다. 강좌를 준비한 ‘마창진 가고파 생명평화학교’ 회원들이 친환경농법으로 정성껏 농사지어서 삶아온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과일과 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했다. 날이 갈수록 메마른 시대, 평화를 나누기 위해 농민들이 스스로 귀한 ‘생명강좌’를 준비하고 음식까지 차려놓은 것을 보니 어찌나 고맙던지….
두 시간 남짓 김종철 선생의 강좌를 들으면서 우리도 모르게 ‘경제성장’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혀 ‘사람의 길’을 잃어버리고 살았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경제성장’을 한다는 말은 앞으로도 계속 자연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씀도 아무한테서나 들을 수 없는 귀한 말씀이었다. 하느님이 만든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들한테 물려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넉넉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가난과 불편함을 선택해야 하는 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지금 실천할 용기가 없는지 모른다.
세상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만으로 스스로 ‘스승’이라고 여기며 우쭐거리는 것은 아닌지? 오늘 문득 참스승이신 예수께 머리 숙여 묻고 또 묻고 싶다.
서정홍(농부시인 · 마산교구 삼가공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