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경남생태귀농학교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자연(농촌) 속에서 자연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두 달 남짓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7시에 강좌를 연다. 그 밖에 일요일에 한두 번 현장실습도 한다. 수료하고 나면 달마다 수료생 모임을 한다. 모임을 하면서 농촌으로 돌아갈 ‘인생의 그림’을 함께 그리기도 하고, 농촌 체험이나 일손돕기 일정을 잡기도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산골마을에서 벗어나 경남생태귀농학교 수료생 모임 장소인 창원에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가는 길에 본 모습을 시로 써보았다.
“밤 열한 시 사십 분/대낮보다 더 환한 창원 상남동/번화가 짧은 건널목에/하느님이 지나간다.//손수레에 파지를 가득 싣고/다리를 절룩거리며/겨울바람에 겨우 떠밀려/하느님이 지나간다.//신호등 빨간불이/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그 짧은 건널목/다 건너지 못하시고….”
사람과 돈이 몰리는 도시에는 몇십억 몇백억짜리 교회 건물이 밤하늘의 별보다 더 빛난다. 화려한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약삭빠르지 못하고 남 등쳐먹고 살 용기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이렇게 말한다. 게을러서 가난한 거라고. 그렇다면 부지런하면 잘살 수 있단 말인가? 오늘따라 왠지 ‘아니다, 아니야!’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오랜만에 수료생들과 밤늦도록 마음껏 먹고 마시고 돌아가는 이 시각에도 화려한 도시 거리에서 파지를 모으러 돌아다니는 할머니가 있었다니. 나는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싶었다.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시를 쓰면서도 그분이 하느님이 아니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쩌면 어둠을 빛이라 말하고, 빛을 어둠이라 여기고 싶었는지 모른다.
서정홍(농부시인 · 마산교구 삼가공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