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가만히 살펴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우칠 수 있다. 하늘·땅·공기·물·바람·구름·비·안개·소나무·참나무·민들레·질경이·미꾸라지·잠자리·제비·나비·벌…. 이 가운데 어느 한두 가지라도 없어지면 사람은 살아가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그래서 몸과 마음에 깊은 병이 들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흙을 떠나서 살 수 없다. 그런데 도시 사람들은 흙을 떠나서 살고 있다. 하루 내내 흙을 밟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재산을 늘리고 명예를 가졌다 해도 불안한 것이다. 우리 몸과 마음에 깊은 병이 든 까닭은 하느님이 만든 소중한 자연을 함부로 짓밟고 내버렸기 때문이다. 생명(자연)을 그저 ‘경제 논리’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태 걸었던 길이 ‘삶의 길’인지 ‘죽음의 길’인지도 모르고 편리한 삶만 좇아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는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까닭은 사람들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
‘진정한 혁명은 자신의 마음속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우리 후손들에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농사를 짓다가 죽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세상은 조금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슬기롭고 용기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자연과 사람을 괴롭히면서 번 돈을 교회나 절에 갖다 바치면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한 생명’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길이 어려울수록 그 길을 택하여 가라. 그리고 세상이 버린 것들을 그대가 취하라. 세상이 하는 일을 따라 하지 말라. 모든 일에 세상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라. 그리하여 그대가 찾는 그 길에 가장 가까이 도달하라.’ 그렇다. 우리는 오늘, 세상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 길이 사람과 자연을 살리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임을 믿기에. 서정홍(농부시인 · 마산교구 삼가공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