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 가까이 수도생활을 해온 저의 삶을 되돌아보면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저는 딱 한 번 주어지는 인생에서 예수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수도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공동생활을 해나가면서 힘들고 어려우면 다른 사람과 비교도 하고, 제게 더 좋은 것을 주시지 않는다고 하느님께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성장의 시간 가운데 제게 주어진 처지와 환경을 최상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다른 사람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후 주님이 내 안에서 더 찬미를 받으실 수 있도록 ‘나’를 포기하며 ‘나’를 낮추는 기도생활에 더욱 충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수도생활뿐 아니라 제 인생의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은총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평화는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타났으며, 수도생활도 한결 여유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매일 성체성사를 통하여 순간에 충실하고 평범한 일상의 삶 안에서 비범한 사랑으로 살아가는 비결을 터득하게 되어 비로소 행복한 수도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수도자로서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고 싶은 갈망을 안고 최선을 다한 저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모든 수녀님의 얼굴을 볼 때마다 ‘하느님의 얼이 담긴 얼굴’로 보게 되고 그 안에 계신 예수님을 섬길 줄 아는 능력도 생겨났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지난 삼십 년, 아니 더 많은 시간 동안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생명의 빵이 저를 감사와 사랑이 충만한 진정한 새 생명으로 일으켜 세웠음을.
이세영 수녀(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