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 시몬은 이 질문에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라고 즉각 대답하였다. 시몬의 이 대답과 당당함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실 이 장면을 대할 때마다 ‘어떻게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당당하게 대답 할 수 있지? 그것도 불과 며칠 전 주님으로부터 도망쳤던 분이…?’ 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부부의 이야기는 이 의문을 풀어준다. 누군가로부터 이처럼 깊이 신뢰받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신뢰받는 사람으로서는 크게 신명나고 행복한 체험이다.
더구나 그 부인처럼 온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큰 실수를 하였음에도 자신의 온 존재가 긍정되는 그런 체험을 할 수 있었다면, 그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고, 그런 신뢰를 주는 상대에게 깊은 존경과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몬이 자신에 대한 예수님의 엄청난 신뢰와 희망과 애정을 느꼈다면 당연히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예, 주님, 제가 주님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서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저보다 제 마음을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가 깊게 감동되어 사랑을 고백할 만큼 우리에게 깊은 신뢰와 희망과 애정을 간직하고 계신다. 우리가 이것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이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하느님이신 그분 마음을 이미 얻었다. 그러니 행복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우리 모두는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이렇게 신뢰한다는 것은 신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위해서 자신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마저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앞의 이야기 속 남편처럼 함께 길바닥에 나 앉을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포기와 내어맡김은 깊은 연민과 사랑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래서 신뢰를 받는 이에게 행복을 줄 뿐만 아니라, 이미 이렇게 신뢰하고 사랑하는 그 자체가 마음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마치 아내가 지고 왔을 그 짐의 무게에 대해 깊은 연민으로 움직였던 그 남편이 아내를 신뢰하고 사랑하는 그 자체로 이미 행복한 것처럼.
이제 예수님은 우리에게 주신 마음을 당신께 되돌려 달라 하시지 않고 우리 이웃에게 주라고 하신다. “내 양들을 지켜 돌보시오.” 이곳이 또한 우리가 하느님 마음을 얻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이런 신뢰를 받고 주고, 사랑을 받고 주고, 행복을 얻고 주고 … 주님을 체험한 성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