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너의
향기에
꼼짝도 못하는
오늘같은 날이 있다
끓다 끓다 익어 벌어진 가슴
벙근 꽃처럼
품었던 냄새마져 네게로 사뿐 옮겨가는데
나는
미열에
마음만 둥둥 떠 간다
맺을 생각도 하지 않는 감꽃이야
여유로운데
저만큼 가는 봄만 바빠
발을 동동구른다
떠나는 용기가 부럽기만 하여도 돌아서지 못하는 이마음
겉만 번지르한
빈독
어쩌면 바닦마져 오래전에 구멍이 나서
담아도 담아도
헛 구역질만 날거다
이런날
가만이 행장꾸려
너에게 달려 가고픈 심정이라도
귓가며
가슴이 빨래터 되어
어머니 손목에서는 젖은 땟국물 빠찌는 힘이 있었다
흙 바지
물 빠지듯 소진된몸 지탱조차 어려웠지
어린
손녀들 마져
엄마 선물 받으러 먼길 떠났고
딸은 어린이가 아니라고
애비가 주고픈 장난감은 필요도 없나 보다
모두 뒤에 두고
바람 따라 가고픈데
어느새 앞을 막아선 현실은
내 앞 가림이 먼져란다
고추밭에서 오라 하고
마른 논 못자리는 물 담아 달라 보살펴 달라 보채네
널 향해 펄펄뛰는 가슴이라도
치익
치익 얼음 떨어지는
저
앞
벌건 신호등 어이 할꺼나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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