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번한
동녘의 시작
소리없는 웃음이 눈 가는곳 마다 외워쌀것 같아서
입도 못떼고 귀 기우려 보면
가득한 참새소리 섞여
당 까치
불만스런 외침인다
목이마른 시작
밤새워 지켜주던 님은 바람이었고
촉촉한 베개닛
어둠이 길었던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구석 컴컴도 한데
살살
낮이 선 저고리가 어깨 덮으며
옷 입은체 잠든
게으른 늑장의 들판지나 용트림이어진 강변 서성인다
같지않은 색갈
서로
다른 꿈이라도
섞여 흐르는 물처럼 함께 살 수 있었으면
어설픈 욕심은 떠났으리
꾸역 꾸역 몰려드는 물안개 짙고
철석이는 물 보라
수 늘리는 등지느러미가 미끄럽게 차거운걸 외운다
모르고 지내온 시간들 틈에서
뜨거운 한 순간이
짜디 짠 눈물된것 뿐이라고
미리
알았다 해도 비켜 설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고
빛 바랠수록 선명한 고 그림처럼 나날이 두꺼워지는 앙금
차라리
수인의 명패가 여리고 흐릿할꺼나
좁다란 골 깊은 가파름으로
한곳 향해 길이 되고
패이고 패여
가녀린 신음앓는 만삭의 진통같은 그것
몇 날
얼마나 더 가서 끝이 날지도 모르며
묵묵히 지켜가는 세월이고
닮아
얼마나 더 참아 받아야 하는지
외는 수 만큼은 아니라도
요절한 시인의 정감보다 진한 세파의 피빛 유서라도 닦아 내어
하루라는 키를 끌어 내리고
진군하는 병사처럼
한 낮의 때를 밟고 넘어섰다
그대 이름이 아니거든 속삭이지도 부르지도 말라고
그냥
먼채로 바라만 보라고
키큰 미루나무 씨튼 숲에는
싹 내지 못하는
그늘만 가득하고 홀씨마져 하얀 이불이 되어 두껍기도 한데
시작도
마침도
구분도 안되는 숙제 앞에서
답을 찾아 정리해야 한다면
빈혈 앓는 정감으로 지치겠지만
다시
그립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노라고 말하지는 못할거야
그건
님의
거짖말 일테니까요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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