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54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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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춘식 | 작성일2007-05-08 | 조회수595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54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 봉헌의 우선순위 지키기.- ☞이를 위해 우리가 우선 정리할 것은 봉헌의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일입니다. 평상시 우리가 미사 중에 하는 봉헌은, 삶을 봉헌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저 헌금만 내는 시간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봉헌 때가 되면 얼마를 낼까 하는 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신경을 많이 쓰는데 헌금은 사실 미사 봉헌의 우선순위에서 가장 낮은 단계입니다. 헌금(연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찬 전례에서 하느님께 예물로 바치는 빵과 포도주입니다. 신자들이 뒤에서 행렬하여 직접 봉헌 하거나, 제대 위에 이미 준비한 빵과 포도주가 물론 미사의 제물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빵과 포도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삶과 인격을 담을 재료이기 때문에 각별한 것입니다. 보통 빵과 포도주의 봉헌은 나와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일이고, 사제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시겠거니 하고 생각하면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데, 봉헌 후에 돌아가서 앉은 후에는 온 신경을 집중하여 나를 그 빵과 포도주에 생생하게 담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봉헌의 우선순위에서 맨 위에 있는 단계입니다. 봉헌 하러 나오는 예식을 통하여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 살과 피를 빵과 포도주에 담는 일입니다. 이때부터 내 알맹이는 빵과 포도주가 되어 제대 위에 있고, 자리로 돌아가 앉아있는 것은 빈껍데기입니다. 이런 작업을 돕기 위해 우리는 봉헌시간에 성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봉헌 성가는 마음과 정신과 육체를 한데 모아 우리 봉헌을 도와줍니다. 또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신자가 일치하도록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때 우리는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와 달리 성가를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가사에 담긴 내용을 머릿속에서 진심으로 동의하고 마음으로 실천해야겠다는 소프트웨어가 있어야합니다. 이러한 조건이 성립되면 눈물이 난다든지 온 몸에 전율이 온다든지 하여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한 번 가톨릭성가 210번부터 221번까지 모여 있는 봉헌성가의 내용을 진지하게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제목만 보더라도‘나의 생명 드리니’,‘주여 나의 몸과 맘’.‘주여 당신종이 여기’...... 이렇게 봉헌 성가에는 그 시간에 무엇을 봉헌해야 하는지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거룩한 성가를 부르면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아까 헌 돈 골라놨는데, 어디 갔지?”하면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지거나.“아이 또 2차 헌금이 있네. 천 원짜리 찢어서 낼 수도 없고, 5백 원짜리 안 갖고 왔는데, 어떻게 하지?”하면서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천 원짜리 꺼내려다가 잘못해서 만 원짜리를 뽑았는데 옆 사람이 “와!”하면서 감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으면 진퇴양난에 빠지기도 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러한 봉헌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면 곧 있을 성변화[聖變化]에서 내가 예수님으로 바뀔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제대 위에 봉헌하지 않고 거룩하게 변화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영성체할 때도 예수님으로 거룩하게 변화한 나 자신을 받아 모시지 못하게 됩니다. 미사는 예수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속죄하신 것을 기념하면서 예수님을 받아 모시는 예식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나도 예수님처럼 내 인격과 삶을 제대로 봉헌해야만, 예수님으로 변한 나를 받아 모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봉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나 자신이고 두 번째가 나를 담을 빵과 포도주이고, 세 번째가 그것을 표현하는 헌금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장 하찮은 것에만 신경을 쓰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잘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봉헌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봉헌의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우리의 죄악적인 관성은 끊임없이 봉헌 시간을‘돈만 내면 되는’헌금 시간으로 착각하게 합니다. 정작 하느님께 바쳐야 하는 것이 내 인격과 삶이라는 사실을 확인 하더라도 쉽게 고칠 수 없습니다. 또 미사의 제물로 봉헌하는 것을 그냥 상징적으로 물질인 빵과 포도주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인격적인데, 이것도 쉽게 바뀌는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안에 내 살과 피를 담는 소프트웨어가 현실이 되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프트웨어 없이 내 인격과 삶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있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 나를 제물로 바치는 일은 단지 미사뿐 아니라 내 인생의 어느 순간도 제외할 수 없습니다. 숨 쉬고 먹고 자고 입고 지지고 볶고.......하다못해 손가락 하나 까딱거리는 행위까지 포함합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신앙과 세상의 삶이 갈라져 있기 때문에 이런 봉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봉헌 중에 가장 손쉬운 것이 미사 중에 나를 하느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미사 통상문은 가장 기본적인 내 삶의 교과서입니다. 미사 시간에 봉헌하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에 나아가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입니다. 이런 걸림돌은 단순히 미사 시간의 봉헌뿐 아니라 세상을 살면서 내 삶에서 봉헌을 실천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예를 들어 공부하고 연애하고 먹고 살기 위해 돈벌이를 하면서도 신앙적 봉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미사 중의 봉헌 시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55회: 헌금과 봉헌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로 이어 집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주임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
[개화직전의 살구꽃..중림동성당 14처 동산에서]
[나의 생명 드리니 가톨릭성가: 210 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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