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세례는 받지 않았지만 참으로 경건한 자세로 생활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마다 저는 "세례 받고 신앙생활을 하면 삶이 더욱 좋아지실 것 같은데 그럴 맘은 없으세요?"라고 질문하게 됩니다. 그러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지만 거의 공통된 것은 "신앙이 좋다는 건 아는데 충실하게 주님 뜻을 따르기에 부족하고 아직 그럴 자신이 없어서 좀더 살고 난 후에 생각해 보고 싶다."라는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만큼 그 사랑을 남에게 베풀어 준다는 것을 생각만으로 셈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은 마음으로 셈하지 않으면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쩌면 주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가 간혹 주님의 뜻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 탓에 믿지 않는 이들이 용기를 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과는 상반된 세상의 그릇된 법칙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사는 삶이기에 믿지 않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합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는 우리가 어떤 상태인지를 아주 잘 아십니다.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의존성과 눈앞에 보이는 것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무지함을 깨우치시기 위해 예수께서는 자신이 떠나는 대신,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우리와 함께하고, 마음 깊숙이 스며드실 수 있는 동반자 성령을 보내주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예수께서 섬세하게 배려하시며 보내주신 성령께 우리는 마음을 활짝 열고 새로운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믿지 않는 이들을 귀한 사랑의 삶 안으로 기꺼이 초대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윤영수 수녀(예수성심전교수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