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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못난이 선인장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16 조회수493 추천수3 반대(0) 신고

 

 

<못난이 선인장>

 

 

그동안 눈길 한번 못 주었어도

그늘 진 베란다 한 구석에서

용케도 붉은 꽃을 소리 죽여 터뜨렸구나.

 

가뜩이나 네게 잔정을 두었던 그가

제 길 떠난 뒤로 더 잊고 말았는데,

아직 하늘로 태워 보내지 못한 사진첩

기어코 그를 찾게 만드는구나.

 

입과 코에서 흐르던 피

네 꽃잎 색깔과 너무도 닮아 소스라쳤던 날,

동틀 적마다 너를 붙잡고 흥정도 했다.

가시에 찔리더라도 매일 닦아 줄 테니,

그이의 피를 네가 대신 흘려달라고........

 

맑았던 초록 네 피부

먼지로 뿌옇게 흐렸지만

뒤 늦게라도 붉은 꽃 터뜨려

피 대신 흘려주는 것은

가버린 손길에 대한 그리움이겠지.

 

용서해주련.

이제라도 네 가시 품어

아파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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