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골의 향기"
슬픈 꽃말의 찔레 만발한
서동골
그윽한 향기만 있지는 않아요
한땀 한땀 바위 옷 입히며 팔 뻗고 매어달린 담쟁이의
집요한 삶도 있고요
어느새 피고 여무는지 모르는 무심한 눈밖 산딸기
어린 추억도 비켜간지 오래지요
주인 떠난 텅빈집
울 너머로 목 늘려 기다리는 장미 몇송이
옛 영화에 젖은듯 유난이도 붉은날
돌 담장 사이 자리 잡은 산 머루
휘어 지도록 알갱이 매달아 때이른 시큼함 전하니
입안 촉촉하네요
몇송이 남은 꽃잎
검고 육중한 호박벌 허리 휘청이는 사이 들락이며
열매 맺으라 훑어 다니면
바람도 없는데도
나는
흰 사시나무로 떨고 있습니다
꽃 지면 이 봄이 영영 떠나 버릴것만 같은데
아직도 다 못 벙근
작은 꽃들
더위 먹어 시들면 나는 어쩌나요
서동골 = 6.25때 남부군 사령부가 있었던 회문산 동편계곡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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