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
서향 마주친 창 너머
성당 십자가 위에 걸린 노을
선명히 붉은 포도주 뿌린 듯
무어라 말하지 않아도
마른 목젖을 간질이고
언덕마루 넘어간다
두 번 다시
쳐들지 않을 것처럼 매달려
고개 떨어뜨리고 선
그의 침묵
빈 하늘의 붉은색은
한 남자가 남기고 간
핏빛 우정의 기억으로
외롭지만은 않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일상을
새로 축복하기 위해
익숙해져 무심한 것들과
짧지만은 않은 이별을
저 노을처럼 아쉬움 갖고
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