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내려놓음」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아들 동연이가 두 살 때 함께 장난감 가게에 간 일이 있다. 동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버즈 장난감을 두 팔로 꼭 움켜쥔 채 가게를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장난감을 가지려면 먼저 계산대에 올려놓고 계산을 해야 했다. 그러나 동연이는 울며불며 장난감을 움켜쥐고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아이는 장난감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되게 하려면 잠시 계산대에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아마도 지은이의 아들은 장난감을 갖기 위해 잠시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어린아이조차 비울 때 채울 수 있고, 포기할 때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렇게 체득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내려놓아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계획, 물질에 대한 걱정, 생명과 안전에 대한 염려, 명예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 우리를 불행으로 이끄는 요소들로 마음의 평화는 찾아볼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개인적․집단적 이기주의는 상생하는 사회와 세계를 파괴하고 전쟁과 테러, 가난과 기아, 폭력과 차별, 불의와 부정, 거짓과 위선 등은 계속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예수님이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이유는 바로 세상의 평화로움을 위해서다. 그래서 '내려놓음'은 모든 사람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조건이 아니겠는가?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