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과 우리를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신다. 우선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영광스럽게 해 달라고 청하신다. 그 다음에 우리 인간들도 하느님과 당신이 하나이듯이 서로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신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예수님은 왜 당신 자신을 위해 기도하셨을까?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신데 무엇이 부족해서 당신 아버지께 기도하신 것일까? 이런 의문은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풀릴 것이다.
외환 위기 이후 거리에서 노숙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높은 실업률과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 탓이다. 그런데 이런 노숙자들을 위해 철학을 가르치는 단체가 있다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철학이 노숙자를 배불려 주거나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하필 철학을 가르친다고 할까? 그 단체 관계자의 설명은 그들에게 자존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란다. 노숙자들이 철학 공부하면서 나타나는 반응은 첫째, 거리에서 밥을 얻어먹지 않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처지를 성찰하기 때문에 우울해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취직을 한다는 것이다. 자존감은 이래서 중요하다.
요즘 자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생계형 자살자가 많지만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생각하여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자존감을 높일 기회가 많은 삶일수록 행복하다고.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 먼저 기도하심으로써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실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우리 인간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실 수 있었다.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