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세상·육신·마귀'를 삼구로 여겨 멀리해 왔다. 삼구 중의 하나가 세상인데, 세상은 우리를 유혹하여 죄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정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혹덩어리다. 연일 매스컴은 노후대책으로 10억 원 이상은 가져야 한다며 노후보장을 위해 보험을 들라 하고, 아니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돈만 있으면 미래는 보장된다고 약속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억, 억' 하면서 근심 걱정에 빠진다.
세상은 오락과 재미로 우리를 중독시키고 있다. 각종 소비문화·도박·알코올·마약·성에 빠져 '죽도록 즐기기'로 치닫다 보면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언젠가는 비실비실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 것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정신없이 세상에 끌려가고 있다.
세상 유혹에 빠지는 사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이야기(마르 4,19)에서 가시밭에 뿌려진 씨와 같다. 싹이 나 자라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이 들어가 그 말씀의 숨을 막아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한다. 영생을 청하러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결국 그분 곁을 떠나고 만 부자 청년(마르 10,17-27)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세상 것에 집착한 때문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도록 기도하신다. 우리가 세상에 속해 있지 않다는 표징은 이웃과 나눔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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