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을 잉태한 성모 마리아가 친척 엘리사벳의 문안 인사를 듣고 나서 마니피캇으로 응답을 한다. 마니피캇은 마리아가 하느님을 구원자로서 신명나게 찬미하는 노래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 노래를 끊임없이 불러왔다. 오늘날도 우리는 마니피캇을 노래하면서 하느님은 이 세상의 부와 권력으로 교만해진 사람들을 내치시고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들어 높이시는 분임을 믿고 고백한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어쩔 수 없이 대물림하고, 생계형 자살이 늘어나며, 노숙자가 되어 거리로 내몰리는 형편에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더욱더 축적하는 반면에 이웃과의 나눔에 매우 인색하다. 가정 안에서조차 부자 아빠는 좋고 가난한 아빠는 싫어하는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질적 성공과 승리를 위해 점점 부와 권력을 좇아간다.
한국교회가 점차 중산층화되어 간다고 우려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 발붙일 기회를 점점 박탈당하고 부자만이 대접받을 때 '가난한 사람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하는 교회는 자신의 사명을 저버리게 될 것이다. 참으로 교회와 신앙인들이 이 시대에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 위해서는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동화 '행복한 왕자'에 나오는 제비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추운 겨울, 제비는 왕자가 가진 보화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왕자와 가난한 사람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양쪽 모두 행복하게 만든다. 교회도 우리 자신도 제비와 같은 메신저가 될 때 마니피캇은 진정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가 될 것이다. ●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