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 10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
작성자양춘식 | 작성일2007-06-10 | 조회수737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6월 10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루카 9장 11-17절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밥상을 차려주시는 예수님> 저희 공동체 매일 아침식사가 빵을 위주로 한 식사이기에 가끔씩 빵을 사러 갑 니다.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선 기분이 참 좋습니다. 빵 집 특유의 흐뭇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빵집 주인은 얼굴이 상기된 채 열심히 빵을 굽고 있습니다. 어떤 빵들은 막 오븐에서 나와 멋진 자태를 자랑합니다.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제 눈을 현혹시킵니다. 그러나 언제나 들고 나오는 것은 달랑 식빵 두 줄입니다. 지원자 때의 일이 기억납니다. 어찌 그리 빵이 맛있었는지. 요즘은 계란 프라이 하나에 식빵 두 개이면 아침 끝인데, 그때는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를 않 았습니다. 도대체 몇 개면 양이 찰까 한번 실험을 해봤습니다. 다섯 개, 여섯 개, 열 개, 마침내 길고도 긴 식빵 한 줄이 다 사라지더군요. 세상의 빵이 지닌 특징이 있습니다. 늘 부족해보입니다.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 는데도 늘 뭔가 양이 차지 않습니다. 한번 배부르게 먹었다고 그걸로 끝나는 것 이 아닙니다. 서 너 시간 지나면 또 다른 빵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합니다. 결 국 세상의 빵은 이렇게 유한합니다. 세상의 음식은 우선 우리들의 미각을 자극하지만 먹는 순간 그때뿐입니다. 돌아 서면 그걸로 끝입니다. 인간의 입이란 것이 간사해서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더 잘하는 집, 더 끝내주는 집을 찾아가게 합니다. 세속적인 것들의 특징이 그렇습니다. 우선 우리 눈을 현혹시킵니다. 우선 우리 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깁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풀잎 끝 에 맺혀있는 이슬방울 같다는 것입니다. 신기루 같다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영원히 배고프지 않을 생명의 빵,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명의 피를 양식으로 제공해주십니다. 어떻게 보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맛있는 밥상을 한 상 차려주신 것입니다. 그 런데 묘하게도 밥상에 올라온 음식들의 재료가 예수님 당신의 몸입니다. 당신의 피입니다. 당신의 살입니다. 결국 당신 몸으로 요리를 해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 입니다. 예수님께서 내어주신 몸과 피를 우리는 생명의 빵, 생명의 피라고 칭합니다. 그 런데 그분의 성체와 성혈이 ‘정말로’ 생명의 빵, 생명의 피로 변화되는 기적 의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셨듯이 우리도 똑같이 우리의 몸과 피로 이웃들에게 밥상을 차려줄때입니다. 우리가 이웃들을 위해 봉사할 때, 우리가 이웃들에게 헌신할 때, 우리가 이웃들 을 사심 없이 사랑할 때, 우리가 받아 모시는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은 참 하느 님의 몸과 피로 변화될 것입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마음에서 이웃들의 굶주림 앞에 나 몰라라 할 때, 슬퍼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을 우리의 식탁에 초대하지 않을 때, 나누지 않 고, 베풀지 않을 때, 성체성사 안에 계시는 예수님께서 슬퍼하실 것입니다. 빵은 이웃들을 위해 쪼개어지고, 나누어지고, 그들에 손에 일일이 건네질 때 참 된 성체로 변화됩니다. 쪼개어지지 않는 빵은 참된 빵이 아닙니다. 이웃들과 나 누지 못한 음식은 참된 음식이 아닙니다. 쪼갬과 나눔을 통해 빵은 거룩한 주님 의 몸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웃들을 위해 쪼개어지고 나누어진 우리의 삶은 거룩한 주님의 빵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영하는 생명의 빵인 성체는 가축들이 먹는 사료와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빵입니다. 우리가 매일 영하는 생명의 피인 성혈은 동네 슈퍼마켓 냉장고 안의 음료수와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음료입니다. 성체와 성혈은 우리를 죽음에 서 생명으로 건너가게 만드는 영약입니다. 우리를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훨훨 건너갈 수 있게 하는 금빛날개입니다. 순교를 목전에 두었던 이냐시오 성인의 증언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세상의 목표도 세상의 왕국도 제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이 세상 끝 까지 다스리는 것보다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죽는 것이 더 낫습니다. 저는 하느 님의 밀이니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성체 성혈 그 신비: 가톨릭 성가 162 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