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독특한 재판을 한 문형배 판사 이야기는 훈훈한 인간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카드빚에 견디다 못해 자살을 결심한 젊은 청년. 지난해 12월 한 숙박업소에 투숙한 뒤 라이터로 신문지에 불을 붙여 방화하려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진화돼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그는 재판장의 엉뚱한 요구를 받습니다.
“자살이란 말을 열 번만 말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청년이 낮은 목소리로 자살을 열 번 되뇌자 문 판사는 “피고인이 ‘자살’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살자’라고 들린다.”고 하면서 “죽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로 새롭게 고쳐 생각해 살아가라.”라고 당부하였답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을 건네주면서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삶을 찬찬히 되돌아보라.”고 권하면서 “앞으로는 죽을 생각을 하지 말고 여태껏 하지 못한 일을 실천하면서 살기를 바란다.”며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답니다.
이 일화는 문 판사의 사람됨에 대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법이 지향하는 목적이 사람을 위한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사회법의 목적이 인간을 위한 것이며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야 한다면, 하물며 하느님의 계명을 담은 율법은 당연히 인간을 위한 법이며 인간의 사랑을 담아내는 법이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율법이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율법 그 자체에 매이는 것이 아니라 율법이 지향하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그 목적과 내용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보다 더 율법에 대한 의로움을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애정과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합당한 섬김을 우리의 삶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곽용승 신부(부산 가톨릭 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