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서 사제의 삶을 준비하는 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저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곤 합니다. 한번은 어느 신학생이 점점 자신의 마음이 돌처럼 굳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면서 불쌍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아도 예전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고, 슬픈 사건 앞에서도 그 슬픔이 자신의 마음에 깊이 있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울고 싶은데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메마름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정서를 위해 신학 공부 때문에 뒤로 미뤄두었던 인간의 삶이 배어 있는 소설도 읽고, 인간미에 흠뻑 젖는 영화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촉촉한 마음을 지니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공감하면서 동의와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는 영상물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들은 누구보다도 예수님에 대해서 공부하고 알려고 노력하는데 왜 예수님의 사랑을 마음 깊이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이 마음을 본받고 배울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촉촉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애정이 흘러넘칠 텐데 말입니다.
오늘은 예수 성심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자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첫째 독서 말씀처럼 자신의 양떼를 돌보고 그 양떼에게 음식을 먹이며 상처가 있으면 싸매주고 치유해 주며, 지켜주고 좋은 곳으로 이끌어 주는 마음입니다. 또 둘째 독서에서처럼 예수님의 마음은 하느님과 항상 함께할 수 있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복음에서처럼 예수님의 마음은 착한 목자의 마음입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아흔아홉 마리 양을 안전한 우리에 잘 두고 온 힘을 다해 많은 공을 들여 찾는 그런 아름다운, 그렇지만 힘이 무척 드는 일을 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은 끝까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며, 그 한 마리를 찾아 잘잘못을 탓하지 않고 함께 있음을 기뻐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배워야 합니다. 그 마음을 우리는 세상과 이웃에게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곽용승 신부(부산 가톨릭 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