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길 잃은 양 | |||
---|---|---|---|---|
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7-06-15 | 조회수703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길 잃은 양> ... 윤경재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 그러다가 양을 찾으면 기뻐하며 어깨에 메고 집으로 가서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 하고 말한다.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루카 15,3-7) <보랏빛 들꽃에 한눈팔다> ... 윤경재 너른 초원에서 뛰노는 양떼 목동이 부르는 흥겨운 노래에 맞추어 넉넉히 풀 뜯던 기억 아련해 봄이 가고 뜨거운 여름 가슴 울렁이는 양 한 마리 되어 신비한 보랏빛 들꽃에 한눈팔다.
환상 속 염소들과 어울려 승냥이 가면 쓴 무도회에선 빙글빙글 군무를 추었다 음양곽으로 빚고 오디로 맛 거른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불나방이 이끄는 대로 세상 온 데를 싸돌아 다녔다 사위는 어둠에 깔리고 추위에 오금을 떨다 깨어 언뜻 눈을 떠보니 외딴 곳 돌산 가시덤불 악몽을 꾸었나 살진 살갗은 찢어져 쓰라리고 애써 가꾸어 탐스러운 털은 흙먼지 뒤집어썼다 검은 먹구름이 몰고 온 거센 바람에 다리는 맥 풀려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 마른천둥에도 내 안에 숨죽여 기다렸던 추억 저 넘어 어디선가 낯익은 음성 노랫소리 들려와 잊었던 내 이름을 부른다 갈라진 신음소리 목에 걸려 잠기고 뜨겁게 흐르는 눈물만이 쓰디쓰게 응답한다 그가 찾아와 불러준다면 내 생명 사르리 .............. 아! 바람결인가 꿈결인가 애타게 그렸던 내님 다시 찾아와 한때 눈길 벗어난 허물을 탓하지 않고 따뜻한 가슴 힘센 어깨에 둘러메시니 가시덤불 험한 길 낭떠러지 오솔길 건너 잰 발걸음에 맞춰 출렁이며 하늘을 난다 벽 같아 보여 넘고 싶었던 울타리 왠지 미웠던 부모형제들 다시 보니 반갑기만 하다. 비스듬히 마주친 그의 눈에 어린 나의 모습은 영락없이 길 잃은 한 마리 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