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점점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먹고사는 일의 어려움이다. 월급은 해마다 아주 조금씩 인상되는 데 비해 물가는 왜 그리 빨리, 또 많이 오르는지. 아이들은 왜 그리 빨리빨리 크며 집값은 왜 그리 폭등하는지. 마흔을 넘기면서 가끔씩 전해지는 친구들의 부음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런 내게 오늘 복음 의미는 무엇일까? 주님은 마치 절벽 끝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버티고 있는 나에게 그것마저 놓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주님은 분명히 먹고 마시는 문제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먹고사는 문제와 당신을 섬기는 일이 양립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주님은 마치 당신이 안 계시는 것처럼 또는 그분께서 당신 자녀인 우리를 그대로 방치하실 분처럼 생각하는 나의 자세를 문제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님은 먹고사는 문제가 마치 온통 내 힘만으로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 자체를 비판하시는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가 참으로 어렵고 중요한 일이란 것을 설마 너희의 창조주인 아버지께서 모르시겠는가?’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나를 그 노예가 되게 하고, 결국 하느님과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하느님은 이런 나에게 그 집착의 손, 꼭 붙잡고 있는 손을 놓으라고 말씀하신다. 놓아라, 놓지 않으면 절대로 받을 수 없다. 무엇을 움켜쥔 손으로 다른 무엇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오늘 주님의 말씀은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를 다시 회복하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당신께서 나를 보내신 목적, 지금 당신께서 하시는 말씀에 먼저 귀기울이라는 것이다.
엄재중(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