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가톨릭교회 안에서 전통적으로 교황 수위권 교리의 근거로 제시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 우리에게 어떤 분명한 답변을 요구한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먼저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으신다. 제자들이 이런저런 풍문을 전하자 예수님은 그러면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신다. 이에 대해 시몬 베드로는 정답 중의 정답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한다.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는 베드로의 고백을 이어받아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의 공식 선언문이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그 질문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오늘 복음이 중요한 것은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는 예수님의 질문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나는 정말로 예수를 주님이라 고백하고 있는가? 예수님은 당신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한 시몬을 베드로, 곧 반석이라고 부르셨다. 그리고 그 반석 위에 당신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신다.
교회는 단지 땅 위에 있는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우리의 인격과 영혼에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 위에 교회는 존재한다. 또한 그것을 알려주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기에 우리는 그분의 백성이 된다. 우리는 세례 이후 하느님 백성이 되어 매일의 삶과 전례 안에서 그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또한 이미 화석화된 답변이 아니라 순간마다 다가오는 사건 안에서 그분을 고백한다. 그분은 언제나 살아 계시기에 우리의 고백 역시 늘 갱신되어야 하는 것이다.
엄재중(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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