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이마로 떨어지는 빗방울 몇개가 나이를 지워가고
열여덜 남대문 시장의 저녁으로 데려갑니다
동해바다 푸른 물비릿내 틈새에서 황소눈의 동태 서너마리가
투박한 볏집 너댓줄기에 붙잡혀
헐렁한 군복의 아저씨 지게 목발에서 멀미하다
축 늘어졌네요
위로는 소주 두병이 익사채로 투명하게 잠들었는지
간간이 출렁일때마다 띠각거리며 깨어나곤 하였습니다
그 아저씨
흥얼 흥얼 무슨 즐거움이 있었는지
새마을 노래 가사를 더듬으며 어둠속으로 사라지면
남쪽 고향 어머니생각으로 눈 밑 젖는
태평로 휘장 가계
법무부 뺏지가 진열장 맨 윗칸에서 먼지쓰고 잠들고
나는 군용침대에 나른한 몸을 묻었던 나날
멀어진 나의 디석인 시간들이 포개지면
무겁고 나른한 중년
새치머리 하얀채 한적한 공소로 돌아와 누워있습니다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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