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둔 밤에도 노래하는 새 -구요비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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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광용 | 작성일2007-07-11 | 조회수735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어둔 밤에도 노래하는 새 -구요비 신부님
내가 살고 있는 혜화동 대신학교의 숲 속에는 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소쩍새 한 쌍이 있는데, 이들은 봄이면 이 숲을 찾아와 머무릅니다. 두 눈이 부엉이처럼 크고, 그렇게 귀티가 나는데 지금은 희귀 종 이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나는 사실 이 새를 몹시 싫어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녀석의 울음소리를 듣노라면
어머님께서 어릴 적에 자주 들려주시던 한 어린 며느리의 시어머니에 대한 한이 담긴
소쩍새의 슬픈 사연이 회상되어,
마음이 아려 오곤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봄에 이 놈들은 유난히 울음소리가 컸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밤 나는 구슬프게 우는 새소리에 잠을 못 자고 뒤척이다 일어나 숲 속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항의하였습니다.
"얘들아, 제발 그만 울고 잠 좀 자자! 다른 새들은 낮에 실컷 울고 밤에는 곤하게 자는데 너희들은 왜 이리 극성을 떠는 거냐?"
그랬더니 이 놈들은 이렇게 맞 대꾸를 하는 것이 아닌가?
"흥, 신부님은 그래 제가 지금 울고 있는 줄 아세요? 불어에서는 새가 운다고 하나요? 아니면 새가 노래를 부른다고 하던가요?"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아니 그러면 자네가 지금 노래를 하고 있단 말이지! 아하, 그대는 어둔 밤에도 노래하는 새란 말이지!"
그날 이후로 소쩍새는 조금씩 내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새가 밤마다 부르는 노래 소리가 담고 있는 신비를 이해하려고 자주 숲 속을 찾아가 거닐곤 하였습니다.
특별히 인간의 눈과 가치로 볼 때, 때로는 무의미해 보이는 이름없는 사람들의
존재와 삶 안에 깃들여 있는 신성함(神聖性)에 대한 나의 신앙적인 확신이 희미해지고 회의가 들 때면,
저 소쩍새의 현존과 노래 소리는 내 심금을 울리는 말씀(Logos)처럼 다가 옵니다.
지금은 생애의 마지막 단계에서
주님을 맞이할 임종의 시간을 준비하는 방 선녀 카타리나 자매의 병상을 찾아
이 분의 커다란 두 눈을 바라보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아! 이 자매님의 모습이 저 소쩍새 처럼 아주 귀티가 나지 않는가?
이 자매의 삶이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극도의 가난 속에서 살아온 이 자매가 하느님을 절대적으로 믿으며,
생을 긍정적으로 밝게 살아 온 생애는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온 우리에게 많은 빛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함께 하는 마을이
바로 이런 인생의 어둔 밤 안에서 신앙이 주는 구원의 기쁨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친교(Communio)의 자리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참제자마을 제2007-1호(창간호) (여름호) '참제자마을' 소식지 창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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