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호 신부(수원교구 모산골 천주교회)
◆텔레비전 드라마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간혹 채널을 돌리다 보면 시선이 고정되는 드라마를 만나게 된다. ‘주몽’이 그 중 하나였다. 여러 명장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주몽과 비류의 군장 송양이 만나는 부분이다.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새로운 나라의 건국을 도모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주몽이 송양을 찾아갔다. 송양은 주몽에게 독배와 술잔을 내놓으며, 이 둘을 가려내야만 졸본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주몽은 자신의 안위나 목숨은 생각하지 않고 과감하게 두 잔 술을 모두 마셔버린다. 만일 주몽이 그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든지 다른 이유를 대면서 주저했더라면 결코 송양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고, 졸본의 통합을 기점으로 이루어진 천하대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면 반드시 수고나 노력, 희생이 수반되어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얻게 되는 것은 그만큼 의미도 없을 것이고, 얻으려는 것에 대한 소중함도 모르게 될 것이다. 결국 ‘얻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는 역설적인 등식이 성립하는데, 오늘 예수님의 말씀이 이 진리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아집·집착·욕심·시기·질투·탐욕으로 얼룩져 있는 자신을 버리면서 예수님을 증거하고, 그분의 삶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나야 한다. ‘과거의 나’가 가지고 있던 목숨을 버리면 ‘새로운 나’는 새 생명을 간직하고 주님과 하나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주몽의 무모해 보이면서도 과감했던 행동은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작은 버림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고,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자기 희생이 세상 사람한테는 의미 없는 죽음처럼 여겨지지만 우리한테는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이 된다.
얻기 위해서는 버릴 줄 알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릴 줄 알아야 하며, 도약하기 위해서는 잠시 몸의 힘을 빼고 긴장을 풀면서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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