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자(도박중독센터 `희망을 찾는 사람들` 사무국장)
◆제가 다니는 성당은 참 작은 곳입니다. 주일미사에 나오는 신자들은 100명 남짓 되고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어느 형제님이 아픈지, 어느 자매님이 누구랑 친한지 단박에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이처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폐광촌에 들어선 카지노로 인해 열악한 교육환경에 놓여진 청소년들을 위해 신자들이 기도하며 모은 정성으로 ‘흑빛 청소년 문화센터’를 건립·개관했고 매달 지역주민들과 음악회를 엽니다. 매년 7월이 되면 본당의 날을 맞이하여 이곳에서 살다가 외지로 이사 간 교우들을 초청해 본당이 세워진 것을 함께 감사하며 축제를 합니다. 나눔의 잔치가 있을 때마다 음식을 준비하는데 누구보다 열심인 분들은 성모회 회원입니다. 60세 이하는 청년이라고 할 정도로 연세 드신 분들이 많지만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봉사해 주십니다.
작년 12월 본당 설정 30주년을 맞아 문집을 만들었습니다. 이 문집을 보고 기뻐할 사람들을 떠올리면 밤을 새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30주년 기념사업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나 문집이 나오자 난리가 났습니다. 글을 좀더 고치지 않았다거나 문집에 나온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연세 많은 할머니 한 분이 저에게 다가와 “마리아, 정말 고생 많았어. 내가 언제 책에 나오겠어? 정말 고마워.” 하며 손을 꼭 잡아주셨을 때 내 마음속의 잘난 척하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건강이 별로 안 좋은데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부침개를 만들고 홍어회를 무치고 튀김도 맛있게 하는 분입니다. “힘드시죠?” 하면 “이렇게라도 불러주니 감사하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린 봉사를 할 때 이왕이면 폼 나는 것을 좋아하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때론 교회에서 직책을 맡은 것이 큰 권력이라도 되는 양 군림하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 18,4)라는 말씀대로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봉사하는 사람은 벌써 받을 상을 다 받은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 그것 자체가 기쁨이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큰 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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