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자(도박중독센터 `희망을 찾는 사람들` 사무국장)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세례를 받고 첫 고해를 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나의 죄가 깨끗하게 씻어져 순결해진 느낌을 받고 감동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견진성사까지 받고도 어떤 죄를 고백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고 한편으론 ‘난 잘살고 있는데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결국 제대로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올해 부활절 판공성사 보속으로 십자가의 길을 받았습니다. 아직 묵주기도도 익숙하지 않은데 십자가의 길을 혼자서 하라니 참 난감했습니다. 같이 해 본 적은 있지만 혼자서 묵상하면서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다 부활절 이틀 전 밤 11시가 넘어서 혼자 했습니다.
천천히 한 처 한 처 묵상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매 처를 옮길 때마다, 예수님이 넘어질 때마다 눈물이 났습니다. 무엇이 저를 그렇게 아프게 했는지, 무엇이 저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 끝없이 솟아오르고 또 솟아올랐습니다. ‘내가 익명의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자 하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이웃에게 잘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일 뿐 진정한 사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부담감으로 가족에게 소홀하고 극도로 예민해져 있던 저에게 휴식의 시간, 참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요한 20,15)라는 말씀에 답하듯이 눈앞의 안개가 걷히고 가슴 밑바닥에서 차오르는 고해성사의 기쁨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큰 죄를 지은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해성사를 볼 때도 자잘한 일상에서 오는 것들을 중심으로 보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큰 죄는 과연 내가 하느님 안에서 모든 일을 행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미사에 가고 성당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주님의 모든 말씀을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것, 그것이 고해성사이며 보속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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