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자(도박중독센터 `희망을 찾는 사람들` 사무국장)
◆김태일 감독의 ‘안녕, 사요나라’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일본강점기 때 강제징집으로 일본에 끌려가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아버지의 유해를 모셔오기 위한 딸 이희자씨의 이야기입니다. 일본 정부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일본인 후루카와씨는 계속 이야기합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자신의 조국이 저지른 만행을 사죄하고 또 사죄합니다. 이희자씨는 이런 일본인을 만나면서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함께 행동하게 됩니다. 평화의 길은 이렇게 자신의 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동네가 생각났습니다. 탄광촌이었던 이곳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들어온 지도 벌써 7년이 됩니다. 우리 동네는 참 슬픈 동네입니다. 예전엔 갱내 사고로 사람들이 죽었고, 이제는 카지노 때문에 도박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며칠 전 또 한 사람이 자살했습니다. 올해 들어서 벌써 네 번째입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분께 너무 미안했습니다. 혼자서 외롭게 죽어갈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면서 먹고살아야 하는가? 너무 오랫동안 외면했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을 그렇게 외롭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도움을 청할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신부님과 목사님들, 지역의 뜻있는 분들과 함께 도박중독센터 ‘희망을 찾는 사람들’을 지난 5월에 열었고, 저도 그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겨자씨처럼 미약하지만 당신들이 흘릴 눈물과 외로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은 하늘처럼 크다고. 이제 더 이상 당신들을 혼자 울게 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우리의 이런 작은 노력이 이 지역에 희망을 심고, 평화로 가는 길의 시작이라고. 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작은 힘을 보태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10) 하신 말씀처럼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되어 참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약속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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