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으로 숲으로"
비 개인 해 등지고 숲으로 숨었지요
얼린 물병 둘 등짐으로 지고
수건 한장 목에 걸치니
촉촉한 숲이 서늘한 나무 그림자로 나를 숨겨주네요
잎새 벌어진 틈새
빗껴드는 해 어둠 밝히는 등불처럼 반갑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촘촘한 산초, 싸리나무, 도토리, 억새, 키재기 하다보니
으름넝쿨 숲이 반기고
바위틈새로 젖어흐르는 물이끼가
하늘 부끄러워 그늘로 숨네요
잔잔한 소나무 밑으로
녹잎 난초가 숨어 자라며 고고한 자태 들킬까
조심조심 해를 쬐는게
마치도 세속을 떠나 숨은 선인의 전설같아
발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요
웬 복중에 사서 고생이냐고
짝궁의 궁시렁소리 귓가 맴돌면
걸망열고 얼음 녹은 물병을 꺼꾸로 흔들지요
육각수 목으로 흘러 등이 서늘합니다
왜 숲이고 산으로 가느냐 물으면 나는 물 마시러 왔다 하지요
산을 헤매는 노루처럼
산전 오 가는
아기 산토끼 처럼 난 향에 마음 빼앗겨 끌려 왔고
싫치 않았어요
내일은 지리산으로 갈꺼나
붉은 언덕너머
뒷 동산이나 에덴 동산으로
임 보내주시는 동행있으면 육각수 나누며 웃을 수 있을런지
요제나 조제나 하늘을 보며
내일은 또 내일로 . . .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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