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물을 따르며> ... 윤경재
찻잔에 연두 빛 하늘이 둥둥 떠다닌다
그 아래
무릎 맞대고 앉은 산이 그림자를 띄운다
팽주烹主도 객客도
분별없는 너나들이되어
또로록
찻물 따르니
조신한 다관의 춤사위는
다원茶園을 찾아드는 백학의 모습이다
첫 잔을 하늘에 봉헌하고
말없이 한 호흡 간에 머무르니
달빛어린 찻잔은 투명한 호수
맑은 물속에서 튀어 오르는 물고기
잠시 놓아달라고 한다
수없이 스쳐간 손길이 빚어
세월의 무상을 담은
녹綠빛 물든 찻잔이
찰나를 넘어선 시간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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