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수 시인(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부)
◆일을 마치고 밤 9시가 조금 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일학교 선생님 한 분이 교우들과 함께 떠들썩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 술을 제법 마셨는지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다. 그런 모습이 보기에 흉했고, 누가 보아도 그렇게 좋게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에구, 많이 드셨네요. 우리 아이들이 보면 어떡하려고, 빨리 들어갑시다!”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장 선생님, 보긴 누가 봅니까? 이런 시간도 좀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허허.”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같이 있던 사람들 중 그래도 덜 취한 교우 한 분이 “걱정 마시고 먼저 가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길래 돌아섰지만 나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보긴 누가 봅니까?’라는 그의 말이 계속 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어떤 행동, 어떤 생각을 하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존재 문제와 직결된다.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자신의 언행을 삼가는 자세로 지낼 수 있다면`….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나는 무엇이며, 누구인가? 나타나엘의 경우를 통해 생각해 볼 때, 예수께서는 우리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실 뿐만 아니라 당신으로부터 떨어져 있을 때에도 우리의 마음은 물론 행동까지도 아신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누구를 의식하며 살아야 할까? 나도 ‘보긴 누가 봅니까?’라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예수님의 시선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나도 나타나엘처럼 예수께 ‘너는 거짓이 없다.’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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