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신부(예수살이 공동체 `산 위의 마을`)
◆필자는 ‘산 위의 마을’에 살고 있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는 말씀도 들었고, ‘가난한 자 행복하다. 하느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걱정하지 말라.’는 가르침도 들었다. 구원의 길도 알고 있다. 그런데 알고만 있을 뿐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천국 문앞에 얼쩡거릴 뿐 들어가지 못하면 신앙생활도 무상할 것이다.
초대교회 제자들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가? 사업에 넘어져 빈손 되고 공부로 자식농사 망치기도 하는데, 그까짓 명예고 재산이고 자식이고 하느님 앞에 던져버리고 예수님의 부르심을 따라갈 수는 없을까? 말씀대로 살아볼 수는 없을까? 한번 해보자. 환란의 도시를 떠나 기도생활에 전념하고 정직하게 노동하면서 살아보자.
그래서 1,000일 기도를 바치면서 은인들의 도움으로 발전 전망이 없는 오지의 화전민들이 물러났던 산골짝에 마을을 건립하고 가족들을 모았는데 왔다가 돌아간 사람, 갈팡질팡한 사람`…. 하여튼 현재 4가족 16명이 살고 있는데 우리같이 정신 나간 사람들이 종종 물어물어 찾아온다.
어부는 고기를 왜 잡는가? 행복을 얻으려는 것이다. 돈을 가져야 행복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예수님 방식은 변통이 아니라 직통이다. 돈 없어도 치유받고 배불리 먹게 하셨다. “나를 따르라. 그러면 직행복(直幸福)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재산의 포기도, 도시문화의 단절도, 자식의 미래도 두려워 말라. 가진 것 없어도 만족스럽고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배를 가진 어부는 바다에 살고, 산 위의 마을에는 그물을 버린 어부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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