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갔다가 돌아오기 . . . . . . [들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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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혜경 | 작성일2007-09-11 | 조회수867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나는 갔다가 너희에게 돌아온다”
가지 않고는 돌아오는 법이 없다. 반드시 갔다가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죽지 않고서는 다시 산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실패하지 않고서야 성공하는 법을 알기도 어렵다.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재활원에서 자주 경험하는 일이었다. 믿을 수 있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려면, 힘든 일을 시켜보면 잘 알수 있다. 난초 향기는 정말 진하고 은은하고 또 멀리까지 퍼진다. 등산하다가 가끔 난향을 맡기도 한다. 그러면 발길을 멈추고 어디서 날까 찾아보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난향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난초는 물도 제대로 안 주고 추운 곳에 두거나
건조한 곳에 두거나 하는 등
아주 혹사시키면 꽃을 피우는 것 같다. 그러다가 한 두 번 정도 그렇게 꽃을 피우고 나면 있는 힘을 다 써버려서 시들 시들 말라버린다. 아주 혹사시키는데 꽃을 피우는 이유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외침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정성껏 가꾸는 난은 몇 년이 가도 꽃을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난초와 같이 겪어 봐야 그 생리를 알 수 있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술에 취해 큰 사고를 당해봐야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단 걸 알고, 담배도 끊어봐야 담배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게 된다. 그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 인생은 어쩌면 아무리 살아봐도 다 알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의 결점과, 반복되는 잘못들은 아직 고칠 기회가 있으니 기회가 있을 때 고치라는 하느님의 경고이다.
가끔씩 저지르는 실수나 잘못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 깨닫기 위한 중요한 가르침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해도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잘못을 통해 배운대로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갔다가 너희에게 돌아온다.” 어딜 간다는 말씀인가? 십자가 위에 매달리러. 그러면 어떻게 돌아온다는 말인가? 부활해서 돌아온다. 떠나야만 돌아올 수 있다. 잘못해 봐야 잘못된 걸 알 수 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우선은 떠나야 한다. 그릇을 비워야만 채울 수 있다. 그릇을 비우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평화”이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곧 돌아가실 분이 갖고 있는 평화, 십자가 죽음 앞에서 주신다는 평화는 내려 놓음이다.
가지고 또 가짐으로써 느끼는 만족감이 아니라, 내어놓고 나누고 버리고 또 버림으로써 누리는 기쁨, 자유가 아니겠는가?
우리도 살아가면서 이런 기쁨과 평화를 위해 조금씩 나누고 도와주고 희생하고 내어주는 연습을 하자.
'얼마큼 줬는데 아직 돌아오는 게 없네...?' 계산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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