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님>
잔뜩 몸집을 키워 떨어지는 여름소낙비는
땅 위에 생채기 내고 시련을 준다
여린 잎사귀를 뒤흔든다
튼튼한 놈만 쑥쑥 크라고 물 댄다
늙어 소용없는 고목을 뿌리째 뽑아버린다
가을비는 소리가 없다
지난여름 뜨겁던 열기에 놀란 가슴을
쉬어보라고 촉촉이 찾아든다
애써 피운 꽃이 지고 열매 맺느냐
수고한 아픔을 위로한다
빗방울 수만큼이나 넉넉히 맺으라 한다
두 손님이 거꾸로 찾아오지 않으니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나 보다
제 발이 저리지만
정말이지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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