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연중 제23주간 화요일) : 간절한 기도가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
|
|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런데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면 밟은 만큼 힘있게 나가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자전거 바퀴의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방에 들러 공기주입기로 바람을 넣었습니다.
예전처럼 신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 영혼의 타이어에도 바람이 빠져있을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생기가 없어지도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우울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면 성당에 앉아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 힘들어만 집니다.
우리가 하는 간절한 기도가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저도 예전에 밤새도록 기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20살이 갓 넘었을 때 인 것 같습니다.
당시 저의 본당 수녀님께서 저에게 새벽미사 독서를 시키셨습니다.
새벽미사에는 대부분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독서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얼떨결에 독서를 하게 되었고,
다음 새벽미사 때도 독서를 하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저는 그 생각만 하면 두려웠고 무서웠습니다.
마지막 전날 저녁이 되었을 때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하느님, 제가 독서를 할 때 틀리지 않고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거의 밤을 새다시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새벽미사 때 독서대에 올랐을 때 저는 거의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입이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독서를 끝내고 내려왔을 때 저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참을 수가 없었고,
미사에 오히려 방해가 된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그 이후로 수녀님께서는 제게 독서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기도를 밤새도록 했는데,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내 뜻이 이루어지기 바라는 기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받아들이려 하는 기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가 아니라
내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기도를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살아가면서 저는 삶의 원리를 하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죽을 각오로 말하자.
때로 바보,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말을 잘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 보자.
라는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러자 그 이후로 입이 열리고, 말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밤새도록 기도하십니다.
기도의 내용은 바로 그 다음 날에 있을 제자 선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마음에 드시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분을 뽑기 위해서 밤새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청했던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사람들을 뽑을 수 있도록
밤새도록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의 뜻을 알아들은 예수님은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보잘 것 없는 12사도를 당신의 제자로 뽑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하는 많은 기도들이 내 뜻으로만 가득 차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의 기도를 우리의 기도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밤새도록 물은 예수님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우리 삶의 수많은 선택 상황에서 하느님의 뜻을 묻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