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흥(새천년복음화연구소 소장)
◆모 방송국에서 상영한 아침 드라마 ‘내 곁에 있어’는 겹겹이 쌓여 있던 출생의 비밀과 정략결혼을 위해 숨겼던 과거가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점점 더 시청자들의 마음을 졸아들게 만드는 기법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순차적으로 드러날 비밀이지만 막상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당사자들이 그로 인해 느끼게 되는 배신감과 고통을 바라보면서 일종의 숨 막히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진실게임을 우리는 정치판에서 보게 됩니다. 대선 고지를 향한 경선에서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차별 폭로로 꾸며지는 진실게임이 얼마나 그들 자신과 우리 사회 모두를 비인간적인 적자생존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지 봅니다. 이처럼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상대를 무자비하게 벗겨내는 진실게임은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 늪에서 좀처럼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인류 역사상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훌륭한 산물이라는 민주주의 제도를 훌러덩 벗어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참된 신앙은 드라마나 진실게임처럼 누가 벗겨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벗어나가며 하느님과 자신에게 스스로를 내보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분 앞에 숨김이 없을 때 그분도 나에게 그분의 신비를 숨김없이 드러내 주시는 특별한 은총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게 되면 그분이 도구로 쓰실 등불이 될 수 있고, 등불을 놓는 등경도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때 우리는 빛의 도구가 되어 비로소 그분과 함께 샛별처럼 빛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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