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흥(새천년복음화연구소 소장)
◆추석, 곧 한가위를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 부릅니다. 음력 8월은 가을의 정점으로 만물이 성숙하는 좋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한가위에 온갖 음식과 과실을 풍성하게 장만하는 것은 그 풍성한 결실을 나누는 우리 민족의 넉넉한 마음과 정서를 보여줍니다.
신라시대에는 8월 보름이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길쌈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양편의 길쌈 결과물이 많고 적음을 따져 내기에 진 편이 술과 음식을 마련해서 이긴 편에게 대접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길쌈놀이를 하며 서로 땀 흘려 거둔 결실을 축복하고 나누었던 것입니다. 이때 노래와 춤을 추며 온갖 놀이를 즐겼는데, 이를 가배(嘉俳)라고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풍요로움 속에서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밝은 한가위 달과 함께 결실을 노래하는 풍속을 지켜왔습니다.
아직도 우리에게 추석은 큰 명절입니다. 고속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드는 귀성 인파는 결코 줄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석은 남쪽에서만 명절입니다. 허리가 잘린 북한에서는 이러한 풍요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녘의 동포들도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한가위에도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그들 자신의 탓입니다.
그러나 한가위를 맞는 우리는 북녘 형제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남쪽 사회가 주님께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으로 책망받지 않는 길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