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흥(새천년복음화연구소 소장)
◆이스라엘의 헤로데 가문은 불행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메시아의 탄생을 알리는 별을 보고 이역만리 먼 곳에서 찾아왔을 때 이를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메시아를 해칠 생각을 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메시아가 탄생한 장소를 알리지 않고 다른 곳으로 피해 가자 헤로데 대왕은 베들레헴과 그 주변에 있는 두 살 이하 모든 어린이를 살해했습니다. 그 아들 헤로데도 동생의 아내를 탐내 자신의 아내로 삼자, 이를 꾸짖는 세례자 요한을 살해했습니다.
헤로데 부자(父子)는 권력에 눈이 어두워 그 손에 끊임없이 의로운 피를 묻힌 것입니다. 헤로데 가문이 이스라엘 민족을 이끄는 진정한 정치 지도자였다면 메시아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에 의지하여 정복자인 로마를 몰아내는 역사를 이루어야 했고, 진정 백성을 사랑했다면 백성을 회개토록 하여 진정한 삶의 길로 이끈 예언자 세례자 요한을 죽이지 말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오직 자신만의 안위와 쾌락을 위해 더러운 손에 피를 묻힌 것입니다.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외침도 너무나 공허해 보입니다. 헤로데가 소문을 듣고 만나 보려 했던 예수님은 바로 그의 아버지가 죽이려 했던 아기 메시아였고, 그가 살해한 세례자 요한이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며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라고 말했던 분,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헤로데는, 예수님이 사형선고를 받기 직전에 빌라도가 자신에게 보낸 예수님을 만났지만, 아무 말씀도 없으신 예수님을 실컷 조롱만 하고 빌라도에게 다시 보내 사형선고를 받게 했습니다. 결국 헤로데는 예수님의 피마저 그 손에 묻히게 된 것입니다.
헤로데는 세속 권력을 뜻합니다. 헤로데 가문과 예수님의 악연은 하느님과 세속을 함께 섬길 수 없는 우리 신앙인들의 운명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은 헤로데를 따르는 욕망으로 넘실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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