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수녀(마리아구호소)
◆수녀회 초창기 시절 창설자 신부님은 수녀들을 파견하기에 앞서 당신이 먼저 그 지역을 방문하셨다. 그런 후에 일정 지역을 선택해 수녀들을 둘씩 파견하시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일일이 방문하게 하셨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하여 실질적인 도움으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라고 말씀하셨다.
새로운 사도직을 준비할 때도 신부님은 가정 방문을 통해 사람들의 현실을 파악하도록 하셨다. 회원들은 지역을 정한 다음 짝지어 각 가정을 방문했다. 1980년대에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 700여 곳의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낙태 직전에 있는 고귀한 생명을 구했다.
신부님은 굶주리는 이들에게 수예품 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생계를 이어가게 하셨고,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공민학교를 설립하시고 신문팔이나 폐지를 줍는 청년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주셨다. 아파도 가난해서 병원에 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무료진료소와 자선병원을 설립하셨다.
회원들이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찾아 판잣집 마을 곳곳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1970년에 외국 은인들의 도움으로 지은 자선병원은 수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이제 건물 수명이 다 되어 다시 지어야 하는 무거운 숙제가 남아 있지만 가난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하신 창설자의 정신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예수께서 일흔두 제자를 둘씩 짝지어 보내신 말씀을 묵상하면서 “가난한 사람은 그리스도의 감실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우리를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스스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하며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평화를 주어야 합니다.”라는 창설자의 말씀이 오늘따라 새록새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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