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철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예수께서는 겉과 속이 다른 바리사이들을 책망하시면서 우리에게 하느님 앞에서 거짓 없이 살아가기를 촉구하신다. 거짓 없이 산다는 것. 이것은 바로 하느님 앞에서 벌거벗은 채 서 있으라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는 처음 창조되었을 때 벌거벗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
그러나 뱀의 꾐에 넘어가 선과 악을 알게 해주는 열매를 먹고 난 후 그들은 서로 부끄러운 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나뭇잎으로 알몸을 가리고 하느님한테서도 숨는다. 하느님 앞에서 가리고 숨는 행위, 이것이 바로 인류가 하느님 앞에 죄를 범하고 취한 첫 번째 행동이다.
우리도 원조의 피를 이어받아 하느님과 자신을 속이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경우 나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하느님께 드러내 보이기를 꺼려 꼭꼭 숨기려고 한다. 하느님께서는 마치 나의 자랑스러운 부분만 보고 계신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부족한 모습이다. 이는 분명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는 그분을 속이는 것이다.
다윗 성왕은 이 부분에서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다. 다윗은 자신의 분노·죄·어둠을 모두 하느님께 말씀드리면서 자신의 약한 모습을 인정하였다. 하느님은 당신 앞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 다윗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에게 많은 은총을 베푸셨다.
완벽하게 살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지만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부족하고 실수를 범하면서 살아가는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분께 다 보여드릴 때 그분 또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실 것이다. 내가 나 자신과 하느님을 속이면서 멀어질수록 그분도 우리한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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