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
알곡 빠져나간 쓸쓸한 빈들에 비가 내린다
봄날
아늑한 못자리에서 옮겨와
삶이라는 영역을 지키다
곡간을 채우러 떠나간 낱알들의 고향
보내고 기다림의 빈 영역에도 가을은 머문다
한 계단을 오르려
쉼 없는 추락을 몸으로 앓던 흑암은 지나고
뽀얀 안개 앞세운 해 오름
파랗던 하늘
천둥 따라 비가 온다
혹여
마음 다칠세라
가만이 아주 가만이
안아 주시는 임의 품 따뜻해
눈물이 난다
많이 방황했구나
더 가까워 지려고 혼돈의 밤에서
빛 한점 없는 절망의 시간
그 오랜 나날 심장을 두드렸구나
수 많은 언어가 가만이 눕고
가득한 자애
아직도
허리에 단도를 숨긴채
무릎꿇은 탕자가 되었어도
이 순간만은 당신의 아들이고 싶습니다
눈물이 대신하는 독백
임은 가만이 돌아 등을 보여주신다
비인 십지가
저곳은 내 자리였는데
내 어깨는 가벼웠고 넘쳐 흐르는 무거움
내가 흘린 죄들을
모아 모아 거두시며 따라 오셨구나
캄캄한 그 날 지우라
눈물 닦아 주시고 안아주시네
밖은 알곡이 되지 못한 지슴을 달래시려나 비는 내리고 ! . . .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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