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화(양양 조산초등학교)
◆몇 해 전 존경하던 선생님의 병환이 깊어지자 가까운 제자들이 모여 그분이 사시는 시골집 옆에 사무실을 하나 냈다. 거동이 힘드신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담아듣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정말 온몸으로 일하는 그들이 나는 더 놀라웠다. 매달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대여섯 시간씩 걸리는 곳까지 와서 밤새워 편집회의를 하고 문장 하나 토씨 하나라도 틀릴세라 조심하며 회지를 만들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 한 스승을 모신 제자들의 그 진한 애정에 나는 감탄하면서 5년을 함께했다.
한데 선생님이 돌아가실 무렵이 되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우린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했지만 장례식 때 그들의 속셈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형제처럼 여겼던 그들이 이상한 글을 인터넷에 올려 급기야 싸움이 벌어졌다. 5년 전에 무슨 일로 사무실을 옮겼네, 어찌어찌해서 선생님을 돌아가시게 만들었네 하면서 5년 동안 먼 길 마다 않고 선생님을 찾아왔던 사람들을 매도하여 샛길로 가는 무리로 전락시켜 버렸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슬픔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판에 이런 공격을 어찌 감당할까? 우리는 모든 걸 놓아두고 조용히 떠났다. 우리는 그분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했는데`…. 차마 선생님 영전에서 싸울 수 없어서 조용히 떠난 것이 밖에서 보면 분열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 두 달 동안 슬픔을 가눌 수가 없었다. 평생 흘릴 눈물을 그때 다 흘린 것 같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이들도 저마다 아픈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동무들 맘에도 평화가 찾아들고 있다.
평화는 결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부활의 기쁨을 얻기 전에 예수께서는 온갖 비난을 한몸에 받으며 홀로 십자가에 못 박히는 형벌의 길을 걸으셔야 했다.
눈물의 힘일까? 그 일을 겪고 나서부터 나약하기 짝이 없던 내 안에 무엇이든 기꺼이 버릴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생기는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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