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화(양양 조산초등학교)
◆언제부턴가 아이들한테 가난하고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어린 시절 나는 가난해도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모범적인 생활이라는 말을 귀 따갑게 듣고 살았다. 남 앞에서 뽐내는 것을 천박하게 여기다 보니 발표력이 부족하고 표현력도 제대로 키우지 못해 답답한 학교교육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때 열린 교육 열풍이 불어 교실 벽을 터 확 트인 환경을 만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열린 교육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교육환경도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가는데 유독 굳건한 자리를 지키는 것은 입시라는 관문이다.
요즘 대학에는 순수 학문에 대한 열정이나 젊은이의 낭만을 찾을 길이 없다. 대학교도 오로지 미래의 취업을 위한 치열한 싸움터에 지나지 않는다. 낙오가 예감되는 대학생들은 이리저리 학교를 옮겨 다니거나 취업을 위한 대안 마련에 고심하면서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런데 요즘 인기 있는 텔레비전 드라마 주인공은 대체로 멋진 청년 사장이고, 가난하지만 어여쁜 여성과 사랑을 나누면 정말로 멋진 남자가 되는 것이다.
그 남자가 모든 것을 갖추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었을까? 피아노를 연주하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멋진 재벌 2세에게 반하지 않을 여성이 있겠는가?
오, 하느님! 우리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목숨을 바친 그 젊음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그때 피 흘리는 젊음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모두가 한때 유행인가요?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하신 예수님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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