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신부(독일 프랑크푸르트 교포사목)
◆오늘 복음을 ‘선교’ 차원에서, 특히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우리가 선교하는 모습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첫 번째, 혼인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의 모습을 보도록 하자. 초대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오랜 노력 끝에 밭을 산 사람이 자기 땅을 살펴보러 가는 일이나, 겨릿소를 사서 시험해 보러 가는 사람의 설레임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특히 마지막으로 초대를 받은 사람은 방금 장가를 들었으니 신부를 두고 어딜 가겠는가?
이들의 모습을 보면 하느님의 초대가 나의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은 세상의 일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차원의 것이 아니다. 인간적인 것을 과감히 떨치고 일어서는 결단이 요구되는 초대인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두 번째, 초대하는 이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자. 초대하는 일은 상대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음식상을 잘 차려놓았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이 오지 않을 때 주인의 마음이 어떨까? 아마도 옛날 선교사들의 심정이 바로 이랬을 것이다. 영혼을 구원하려는 열정에서 때로는 무리한 방식을 동원하면서까지 세례를 베풀기도 했다. 그 때문에 20세기 중반까지 외방선교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정말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복음을 말 그대로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말과 행동으로 선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쁨’을 전하지 못하는 선교는 결실을 거둘 수 없다. 그리고 복음이 정말 기쁜 것이라면 그 기쁨이 전하는 사람의 언어와 표정, 몸짓을 통해서 고스란히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 안에서 끊임없이 기쁨이 샘솟아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셨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기뻐하십시오. 나와 함께 기뻐하십시오.”(필리 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