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신부(독일 프랑크푸르트 교포사목)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결법에 따라 거룩한 돈인 옛 히브리 화폐로 성전세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환전이 필요했고, ‘이방인의 뜰’ 앞에서 바꾸어 주니 성전의 거룩함을 훼손하지도 않았다. 상인들 역시 멀리서 온 순례자들이 제물로 바칠 동물을 구하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성전의 고상한 사제단이나 상인들이나 순례자 모두에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예수께서 상인들을 쫓아내시고 환전상의 탁자를 엎어버리셨다고 해서 그런 일이 없어졌을까? 이 일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행실을 고치지 않았다. 결국 로마의 침공으로 성전이 없어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예수께서는 성전을 ‘내 아버지의 집’으로 여기셨기 때문에 그대로 놓아둘 수 없으셨다. 아버지의 뜻대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으셔야 했다. 그러나 이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것이었다. 결국 이 일로 제거된 것은 성전 상인들이 아니라 예수님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 오늘날 셀 수 없이 많은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과 성전이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그분 혼자서 시작하신 일이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영화 <파워 오브 원>에서도 그랬듯이, 세상을 바꾸어 놓는 일은 늘 한 사람으로 시작된다.
예수님은 당신 몸을 성전에 비유하신다. 우리의 몸도 하느님의 성령을 모시는 성전이라면, 이 속에 은근슬쩍 잡상인들이 끼어들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그것들을 몰아내는 일 역시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하고 슬그머니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시대에도 여전히 한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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